경계선지능, 느린학습자, 학습지원대상학생… 혼용되는 용어 속 진짜 문제는?

2025. 6. 13. 08:03교육인사이트/특수교육

 아이의 학습이나 발달이 또래에 비해 다소 느릴 때, 우리는 종종 “조금 느린가?” 혹은 “발달이 늦나?”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마주하게 되면, 정확한 진단보다 ‘느린 학습자’, ‘경계선지능’, ‘학습지원대상학생’ 등 다양한 용어로 이들을 분류하고 설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용어들이 언제부터, 어떤 배경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단어 뒤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과 교육적 의미를 놓치기 쉽습니다.

경계선지능의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경계선지능은 단순한 지능지수(IQ) 수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이 용어는 1973년을 기준으로 크게 두 시기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1973년 이전에는 DSM-1과 DSM-2에서 경계선지능을 ‘경도 지적장애’ 범주 안에 포함시켜 설명했습니다. 당시에는 지능지수 85 이하를 지적장애로 간주했고, 이 기준에 따라 경계선지능 아동도 특수학급에 배치되곤 했습니다. 즉, 일반적인 지적장애 진단을 받은 아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교육적 지원이 이루어졌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1973년 이후 변화가 시작됩니다. 미국정신지체위원회(AAMD)는 지적장애 기준을 IQ 70 이하로 변경하며, 경계선지능은 법적 지적장애 범주에서 제외됩니다. 대신 IQ 70~84(또는 85) 사이의 아동을 경계선지능으로 정의하면서, 이들은 정식으로 ‘지적장애 아동’은 아니지만, 일반 교육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집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용어는 바뀌어도 남겨진 혼란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김재은 교수의 연구에서 처음으로 ‘학습지진’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이후 2014년, EBS 교육방송 다큐멘터리 『느린학습자를 아십니까』가 방영되며 이 용어가 사회적으로 알려졌고, “경계선지능 = 느린 학습자”라는 인식이 퍼지게 됩니다. 2016년에는 ‘느린 학습자 지원법’이라 불리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며, 이들을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으로 정의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구체적인 정의는 불명확했고,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지원 대상 선정과 지원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2022년, 기초학력보장법이 제정되면서 이들은 ‘학습지원대상학생’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재정의되었고, 2025년부터는 학생맞춤통합지원법에 따라 ‘경계선지능’을 공식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처럼 명칭은 계속 바뀌고 있지만, 실질적인 교육 현장의 혼란은 여전합니다.

 

진짜 문제는 ‘이름’이 아니라 ‘지원의 실효성’

‘경계선지능’, ‘느린학습자’, ‘학습지원대상학생’이라는 용어들은 각각의 시대적 배경과 정책적 필요에 따라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용어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실제 특성과 요구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경계선지능 아동은 단순히 IQ가 낮은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기능이나 학교 적응 능력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교육 시스템은 이들을 일반 학급에 그대로 두거나, 반대로 특수학급에 편입시키는 양극단의 접근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해당 아동의 자기 효능감, 또래 관계, 학습 동기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임상적 주의를 요하거나 개인의 처치나 예후에 영향을 줄 때만 진단이 이루어지는 구조도 문제입니다. 2013년 이후 경계선지능은 엄밀히 말해 의학적 진단명으로 보기 어렵지만, 여전히 심리검사나 임상적 면담에서 자주 언급되며, 교육 및 복지 현장에서도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용어의 정립보다 중요한 것

우리는 지금 ‘경계선지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보다, 이들이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에 더 집중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단순한 IQ 수치가 아니라, 환경, 정서, 가정 배경, 사회적 기술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학습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보다 세심하고 실질적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의는 계속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의 목적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적시에 제공하는 데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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