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4. 18:06ㆍ교육인사이트/특수교육
특수교육 현장에서 아동의 문제행동을 지도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왜 자꾸 소리를 지를까?”
“왜 과제만 시작하면 자리를 이탈할까?”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왜 이렇게까지 행동이 커질까?”
행동중재에서는 일반적으로 문제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즉 행동의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심을 얻기 위한 것인지, 과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인지, 원하는 물건이나 활동을 얻기 위한 것인지 등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관심 얻기 행동’이라도 어떤 아동에게는 단순한 재미일 수 있지만, 다른 아동에게는 정서적 욕구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행동 지도는 단순히 행동을 줄이는 데서 끝나기보다 행동의 기능 →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 → 그 결과가 아동에게 갖는 정서적 의미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문제행동은 ‘목적 없는 행동’이 아닙니다
문제행동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행동에는 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마다 아동이 큰 소리를 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교사가 그때마다 아동에게 다가가
“왜 그래?”
“조용히 해야지.”
“무슨 일이야?”
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동의 행동 뒤에는 자연스럽게 교사의 관심이라는 결과가 따라옵니다.
또 어려운 학습지를 제시했을 때 울거나 책상을 밀고 교실 밖으로 나가고, 그 결과 과제가 중단된다면 문제행동은 과제 회피라는 결과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장난감을 주지 않았을 때 울고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장난감을 받게 된다면 행동은 원하는 물건 얻기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선행사건(A) → 행동(B) → 결과(C)
여기서 결과(C)는 단순히 행동 뒤에 발생한 사건이 아닙니다. 아동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그 결과가 아동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서적 욕구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2. 결과(C)를 분석한다는 것은 ‘심리적 보상’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행동 뒤에 나타나는 결과는 아동에게 일종의 심리적 보상 또는 강화 결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소리를 질렀더니 교사가 다가왔습니다. 행동의 기능만 보면 ‘관심 얻기’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아동에게 교사의 관심은 단순히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나를 보고 있어.”
“나는 혼자가 아니야.”
“선생님과 나는 연결되어 있어.”
즉, 관심이라는 결과가 아동에게 연결감과 소속감을 확인하는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문제행동을 정당화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행동이 충족시키던 기능을 보다 적절한 행동으로 대체하기 위해 아동이 실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더 정확하게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3. 관심 얻기(Attention)의 정서적 본질
“나와 연결되어 주세요.”
관심 기능의 행동은 학교 현장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교사가 다른 학생을 지도할 때 갑자기 큰 소리를 내거나, 친구를 건드리거나, 일부러 하지 말라는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겉으로 보면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관심에 대한 강한 욕구 뒤에는 경우에 따라 연결감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관심 기능 행동의 예
① 교사가 다른 학생과 이야기할 때 소리를 지름
② 친구를 반복해서 건드림
③ 교사가 반응할 때까지 같은 질문을 반복함
④ 일부러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규칙을 위반함
⑤ 꾸중을 들으면서도 같은 행동을 계속함
특히 주목할 부분은 부정적인 관심도 관심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동에게 중요한 것이 ‘칭찬받기’가 아니라 상대방과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것 자체라면 꾸중이나 제지 역시 행동을 유지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2) 정서적으로는 무엇을 원할까요?
관심 기능의 행동을 보이는 아동에게는 다음과 같은 욕구가 있을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나를 봐주세요.”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따라서 지도전략 역시 단순히 “문제행동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에서 끝나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3) 교육적 지도전략
① 문제행동 이전에 긍정적 관심을 충분히 제공합니다.
② 적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③ “선생님”, “같이 해요”, “도와주세요” 등의 기능적 의사소통을 지도합니다.
④ 기다린 행동, 손을 든 행동, 적절하게 말을 건 행동을 즉시 강화합니다.
⑤ 짧고 예측 가능한 개별 상호작용 시간을 마련합니다.
핵심은 ‘관심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얻는 적절한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4. 회피(Escape)의 정서적 본질
“지금은 나를 보호하고 싶어요.”
과제를 제시했는데 갑자기 울거나, 책상을 밀거나, 자리를 이탈하는 아동이 있습니다.
이 행동 이후 과제가 없어지거나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행동은 회피 기능을 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서 그래.”라고 해석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1) 회피 행동의 예
① 학습지를 제시하면 자리를 이탈함
② 어려운 문제에서 울거나 소리를 지름
③ 체육·급식·이동 등 특정 활동을 강하게 거부함
④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벗어나려고 함
⑤ 실패 가능성이 높은 활동에서 행동이 급격하게 커짐
2) 회피 행동 뒤의 정서
회피의 대상은 반드시 ‘과제 자체’만은 아닙니다. 아동은 다음과 같은 경험을 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틀리는 것이 싫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요.”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요.”
“이 소리와 자극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요.”
따라서 회피 기능의 행동에는 경우에 따라 안전감과 자기보호에 대한 욕구가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과제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한 아동이라면 ‘과제’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예상하게 만드는 신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교육적 지도전략
① 과제 난이도가 적절한지 먼저 확인합니다.
② 과제를 작은 단계로 나누어 제시합니다.
③ 시작과 끝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④ “쉬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어려워요”와 같은 대체 의사표현을 가르칩니다.
⑤ 짧은 과제 수행 후 적절한 휴식을 제공합니다.
⑥ 감각적으로 과부하가 발생하는 환경인지 확인합니다.
중요한 것은 회피 자체를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회피해야 할 정도로 힘든 이유를 찾아 조절하는 것입니다.
5. 물질 얻기(Tangible)의 정서적 본질
“내가 선택하고 통제하고 싶어요.”
특정 장난감, 음식, 태블릿, 영상, 활동 등에 강하게 집착하는 행동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바닥에 눕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다가 결국 원하는 것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 물질 얻기 기능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정서적 측면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자율성과 통제감입니다.
1) 물질 얻기 행동의 예
① 태블릿을 달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함
② 특정 장난감을 빼앗으면 강하게 저항함
③ 원하는 활동이 중단되면 행동이 급격히 커짐
④ 자신이 정한 순서가 바뀌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함
⑤ 특정 물건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활동이 가능함
2) 왜 특정 물건에 집착할까요?
물건 자체가 강력한 강화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아동에게는 그 물건이 예측 가능성과 통제감을 제공하는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하루 대부분의 일정이 성인에 의해 결정되는 아동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앉으세요.”
“이제 공부해요.”
“이제 이동해요.”
“그건 안 돼요.”
“이것부터 하세요.”
아동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면 특정 물건이나 활동을 고집하는 행동은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3) 교육적 지도전략
① 가능한 상황에서는 선택권을 제공합니다.
② “국어 먼저 할래, 수학 먼저 할래?”처럼 제한된 선택을 활용합니다.
③ 선호 활동의 시작과 종료 시간을 시각적으로 알려줍니다.
④ “먼저-그다음(First-Then)” 구조를 활용합니다.
⑤ 적절하게 요청했을 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⑥ 갑작스럽게 빼앗기보다 종료를 미리 예고합니다.
즉, 통제권을 모두 빼앗기보다 안전한 범위에서 선택과 자율성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같은 문제행동이라도 기능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행동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세 명의 아동이 모두 수업시간에 소리를 질렀다고 해보겠습니다.
A 아동은 교사가 다가오면 행동이 멈춥니다. → 관심 기능일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B 아동은 과제를 치워주면 행동이 멈춥니다. → 회피 기능일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C 아동은 태블릿을 주면 행동이 멈춥니다. → 물질 얻기 기능일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행동은 모두 ‘소리 지르기’지만 기능은 다릅니다.
따라서 지도방법도 달라야 합니다. 문제행동의 형태보다 ‘그 행동으로 무엇을 얻거나 피하는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7. 정서적 욕구는 ‘확정’이 아니라 ‘가설’로 접근해야 합니다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관심 = 무조건 소속감
회피 = 무조건 자기보호
물질 얻기 = 무조건 자율성
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아동의 내면 상태는 행동만 보고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정서적 해석은 아동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가설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실제 행동중재에서는 관찰을 통해 기능을 확인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ABC 기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A : Antecedent, 선행사건 문제행동 직전에 무엇이 있었는가?
2) B : Behavior, 행동 아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가?
“화를 냈다”가 아니라 “책상을 손으로 세 번 두드리고 큰 소리로 ‘싫어’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처럼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기록합니다.
3) C : Consequence, 결과 행동 직후 주변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가?
교사가 다가왔는지, 과제가 없어졌는지, 원하는 물건을 받았는지 등을 기록합니다.
여러 상황을 반복해서 기록하면 특정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8. 문제행동 지도는 ‘없애기’보다 ‘대체하기’가 중요합니다
문제행동이 아동에게 어떤 기능을 하고 있었다면 단순히 그 행동만 제거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소리를 질러야 교사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아동에게 “소리 지르지 마.”라고만 지도하면 아동에게는 여전히 관심을 얻을 방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문제행동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체행동(Replacement Behavior)을 가르쳐야 합니다.
관심이 필요하다면 → “선생님, 봐주세요.”
쉬고 싶다면 → “잠깐 쉬어도 돼요?”
어려운 과제를 피하고 싶다면 → “도와주세요.”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 “태블릿 주세요.”
활동을 선택하고 싶다면 → “이거 먼저 할래요.”
이처럼 대체행동은 가능하면 문제행동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능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동이 문제행동을 사용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9. 문제행동을 바라보는 교사의 질문도 달라져야 합니다
문제행동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흔히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행동을 못 하게 할까?”
하지만 기능과 정서를 함께 바라보기 시작하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이 행동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행동을 하고 난 뒤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동은 이 행동을 통해 무엇을 얻었거나 피했을까?”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결과는 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였을까?”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관심을 원하는 아동에게는 연결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회피하려는 아동에게는 안전하게 도움과 휴식을 요청하는 방법을, 무언가를 강하게 요구하는 아동에게는 선택하고 기다리고 요청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10. 결국 문제행동 지도는 ‘행동’과 ‘아동’을 함께 보는 일입니다
문제행동은 교사가 제거해야 할 골칫거리로만 바라보기보다, 아동과 환경 사이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의사소통 신호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심(Attention)의 기능 뒤에는 때로 → 연결감과 소속감
회피(Escape)의 기능 뒤에는 때로 → 안전감과 자기 보호
물질 얻기(Tangible)의 기능 뒤에는 때로 → 자율성과 통제감
이라는 정서적 욕구가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해석을 미리 정답으로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찰하고, 기록하고, 기능을 가설로 세우고, 중재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좋은 행동중재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문제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동이 자신의 욕구를 더 안전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문제행동의 크기만 바라보면 ‘통제해야 할 행동’이 보이지만, 기능을 살펴보면 아동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진짜 교육적 중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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