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9. 08:19ㆍ다음세대인사이트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 속에 살아갑니다. 학생들은 어떤 과목을 더 집중해서 공부할지, 대학에 진학할지 아니면 취업을 준비할지, 혹은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할지 매 순간 고민합니다. 부모와 교사 역시 아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탐색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택지가 많을수록 오히려 결정은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심리학 개념이 바로 '잼의 법칙(Jam Study)'입니다.
잼의 법칙이란?
잼의 법칙은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의 심리학자 쉬나 아이옌가(Sheena Iyengar) 교수가 진행한 실험에서 등장했습니다. 연구팀은 마트에서 잼을 시식할 수 있는 코너를 운영했는데,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비교했습니다.
▶️24가지 잼을 진열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시식에는 참여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은 3%에 불과했습니다.
▶️6가지 잼만 진열했을 때: 시식자는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구매율은 30%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 결과는 선택지가 많으면 오히려 사람들은 선택을 하지 않거나, 결정을 미루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교육 현장에서의 잼의 법칙
교육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1. 과목 선택의 혼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다양한 선택 과목이 주어질수록 학생들은 "무엇을 들어야 유리할까?"라는 고민에 빠집니다. 결과적으로 깊이 있는 학습보다 ‘남들이 많이 듣는 과목’이나 ‘안전한 과목’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2. 진로 탐색의 어려움
현대 사회에는 직업의 종류가 수없이 많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새로운 직업이 계속 생겨나면서 학생들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쉽게 혼란을 겪습니다. "너무 많은 가능성"은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3. 학부모의 정보 과부하
부모 역시 자녀를 위해 수많은 교육 정보를 탐색합니다. 그러나 학원, 교재, 비교과 활동이 너무 많다 보니 무엇이 진짜 필요한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경우 무작정 많은 활동을 시키거나, 반대로 아예 선택을 미루는 일이 생깁니다.
진로 교육에서 잼의 법칙을 극복하는 방법
그렇다면 학생과 부모, 교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선택지를 줄이고 핵심에 집중하기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하려고 하면 오히려 길을 잃습니다. 학생은 자기의 성향, 흥미, 강점을 기준으로 상위 2~3개의 분야에만 집중해 탐색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2. 우선순위 세우기
진로 선택 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 "내가 좋아하는 분야" "사회적 기여가 큰 일" 등 중요한 가치를 정해두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작은 경험에서 출발하기
처음부터 거대한 결정을 하려고 하지 말고, 동아리 활동, 체험 프로그램, 인턴십처럼 작은 경험을 통해 관심 분야를 탐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점차 선택지가 좁혀집니다.
4. 전문가·멘토의 도움 받기
교사나 부모 혼자서 모든 선택지를 걸러내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진로 상담사, 현직 전문가, 선배 멘토와의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고 방향성을 잡을 수 있습니다.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교육적 시사점
▶️과목 선택 안내 시 단순화
학생에게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기보다, 성향에 맞는 핵심 선택지 몇 가지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진로 탐색 프로그램 운영
지나치게 많은 직업군을 나열하기보다, 흥미 유형 검사나 적성 검사 결과에 맞는 몇 가지 직업군을 중심으로 심층 탐색을 돕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질적 경험 강조
책이나 이론만으로 탐색하기보다 현장 체험·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선택지를 좁혀나가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잼의 법칙은 단순히 마트의 소비자 행동을 설명하는 심리학 개념을 넘어, 교육과 진로 선택에서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학생은 불안해지고, 결정은 미뤄지며, 때로는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과 부모, 교사는 선택지를 단순화하고, 우선순위를 세우며, 경험을 통해 방향을 좁혀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결국 진로란 많은 길 중 무작정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몇 가지를 좁혀가며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잼의 법칙을 이해한다면,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더 주도적이고 자신감 있게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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