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하면 완벽해진다?, 아니 연습하면 익숙해질 뿐이다 [연습의 역설]

2025. 10. 13. 08:18교육인사이트/교사교육

‘Practice makes perfect.’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영어 속담입니다. “연습하면 완벽해진다.”는 말은 오랫동안 노력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신경과학은 이 오래된 믿음에 중요한 반론을 제기합니다.

오늘날 뇌 과학은 이렇게 말하죠. “연습하면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질 뿐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표현의 차이를 넘어, 학습과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1. 반복 연습의 뇌 과학: 신경 연결의 강화

우리의 뇌는 반복된 행동을 ‘패턴’으로 기억합니다. 같은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할수록 뇌 속의 신경세포(뉴런)들이 강하게 연결되며, 이를 시냅스 강화(synaptic strengthening)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 덕분에 자전거 타기, 악기 연주, 타자 치기 같은 활동을 꾸준히 연습하면 ‘자동화’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자동화에는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효율’이 생기지만, 부정적인 면에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익숙함’이 만들어집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좀비 회로(zombie circuit)’라고 부릅니다. 즉, 너무 익숙해진 행동은 더 이상 의식적 사고를 거치지 않고도 자동으로 수행되지만, 새로운 학습이나 창의적 사고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2. 교육 현장에서의 시사점

이 통찰은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우리가 흔히 “반복하면 늘어난다.”라고 말하지만, 단순 반복만으로는 완벽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뇌가 익숙해져서 더 이상 배우지 않는 상태”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같은 수학 문제 유형만 반복해서 푼다면 ‘문제 풀이 패턴’에는 익숙해지지만,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길러지지 않습니다. 이는 일종의 인지적 자동화이며,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학습의 함정이 됩니다. 교육에서는 이 함정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필요합니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명확한 목표 설정, 즉각적인 피드백, 약점을 보완하는 집중 연습 이 세 가지 요소가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숙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3. 익숙함을 넘어서는 학습 전략

“연습하면 익숙해질 뿐이다.”라는 관점은, 교육의 본질을 '양보다 질’로 전환시킵니다. 학생에게 무작정 많은 문제를 풀게 하기보다는, 새로운 자극이 있는 환경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수정하는 학습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단순히 암기만 반복하면 기억이 금세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 단어를 문장 속에서 사용하고, 다른 단어와 연결해 보며,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보는 과정을 거치면, 뇌는 기존 회로를 넘어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때 비로소 ‘완벽에 가까워지는 학습’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4. 교사의 역할: 익숙함을 깨우는 자극자

교사의 역할은 학생이 자동화된 학습에 머무르지 않도록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익숙한 학습 루틴 속에서도, “왜?”,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뇌는 다시 활성화되고 새로운 회로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실패의 허용입니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시도는 반드시 오류와 시행착오를 동반하지만, 그 순간이 바로 학습의 진짜 성장 지점입니다. 즉, ‘완벽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어야 합니다.

 

완벽보다 성장으로 ‘Practice makes perfect’라는 속담이 여전히 유효한 면도 있지만, 현대 교육은 ‘Practice makes progress(연습은 발전을 만든다)’로 바뀌어야 합니다. 반복은 필요하지만, 그 반복이 생각을 멈추게 하는 익숙함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자극이 될 때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우리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지만, 성장하려면 익숙함을 깨야 합니다. 완벽함을 목표로 하기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드는 연습, 그것이 뇌 과학이 말하는 진짜 ‘완벽한 연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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