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7. 12:41ㆍ특수교육
“아이의 어떤 행동이 염려가 되나요?” 처음 부모나 교사들을 만나 면담할 때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질문입니다. 부모나 교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게 문제고, 저게 문제고 여러 가지 많은 얘기를 합니다. 말도 안 듣고 도망가고 울고, 떼쓰고, 밥도 잘 안 먹고··· 등등. 끝도 없이 나옵니다. 이러한 일반 정보들을 모아서 분류하고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바꾸는 것도 행동분석가의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행동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 우선해야 하는 일은 대략적으로 행동의 형태에 따라 분류하고 이름 붙이기(labeling)입니다. 분노발작, 지시 따르지 않기,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적 행동 등등으로 나누고 정의를 내립니다. 울고, 바닥에 구르고, 허공에 팔다리를 버둥거리는 것은 분노발작, 지시를 무시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싫어”라고 대답하거나 자리에서 도망가는 것은 지시 따르지 않기, 다른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지고 가거나 먼저 하겠다고 떼를 쓰면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적 행동, 이런 식으로 나누어 봅니다. 그러고 나서 어떤 행동을 우선적으로 바꾸어야 할 건지 정합니다. 모든 행동을 한꺼번에 다 고칠 수는 없으므로 중요한 순서대로 우선순위(priority)를 매겨보는 거지요. 보통 중재의 목표로 잡는행동은 중요한 순서대로 2~3개 정도입니다.
우선순위를 매길 때는 행동의 심각성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1. “이 행동이 본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한 행동인가요?”
예를 들어 아이가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물거나, 밀거나, 당기거나, 혹은 스스로에게 이런 행동을 보이거나(자해 : 머리를 벽에 박거나 머리를 때리거나 등), 물건을 던진다면 이것은 위험한 행동에 속합니다. 그리고 최우선적으로 목표행동(target behavior)으로 선정이 되어야 합니다. 본인을 포함해서 누군가가 다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지요. 위험한 행동은 그 강도가 낮을지라도 반드시 목표행동으로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두 살 아이가 누군가를 꼬집는다면 별로 힘이 세지 않기 때문에 견딜만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참을 만 해.' 하고 넘어가다가 아이가 점점 크면서 힘이 세어지면 그때 가서는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또 다른 예로 어떤 아이가 침을 뱉는 행동을 보인다고 합시다. 만약 침을 사람에게 뱉는다면 그 행동은 위험한 행동, 혹은 방해하는 행동에 들어가나, 땅에 뱉는다면 어수선한 행동으로 분류될 것입니다.
2. “이 행동이 본인이나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행동인가요?”
만약 아이가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녀서 수업을 방해한다면 이것은 본인의 학습에도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데도 방해가 되는 행동이므로 역시 목표행동에 속합니다. 아이가 돌아다니지는 않으나 계속 지우개나 연필을 가지고 논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우개나 연필에 정신이 팔려서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본인의 학습에 방해가 되므로 목표행동이 되고, 지우개나 연필을 가지고 놀긴 하지만 과제를 수행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면 굳이 목표행동으로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또 다른 예로 아이가 혼잣말을 많이 하는 아이인데 그 소리가 커서 다른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다면 방해가 되는 행동이지만, 속삭이듯이 중얼거린다면 이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3. “어수선한 (보기가 싫은) 행동인가요?”
예를 들어 아이가 손을 펄럭거린다거나, 몸을 가볍게 앞뒤로 흔든다거나, 손톱을 깨문다거나하는 것은 위험하지도 방해하는 행동도 아니지만 눈에 거슬리는 행동이지요. 이 행동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서 학습에 방해가 된다든지, 너무 손톱을 세게 깨물어서 피가 난다면 목표행동으로 선정을 해야 하나, 빈도와 그 세기가 약하다면, 일반적으로는 별로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모 상담을 해보면 이 '눈에 거슬리는' 세 번째를 걱정하고 고치려고 애쓰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때 제가 하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이 행동 때문에 아이가 잠을 못 자나요? 밥을 못 먹나요? 학교를 가는데 지장이 있나요? 이 행동이 다른 사람을 방해하나요? 만약 이 여러 가지 질문에 모두 '아니다' 이면 그냥 무시하라고 조언합니다. '예'라고 대답이 나오는 경우, 예를 들어 손을 펄럭이느라 바빠서 엄마가 밥을 먹여주어야 하는 지경이라든가, 이런 행동 때문에 아침에 옷 갈아입고 세수하는 것이 지연되어 학교에 자주 지각을 한다면 이것은 목표행동 범주의 두 번째(방해하는 행동)에 들어가게 되므로 행동수정의 목표가 됩니다.
그런데 보기가 싫은데 왜 놔둬야 하나 라는 의문이 생기지요?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그것을 하는 이유(기능)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만약 그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못 하게 한다면, 그 행동은 멈추는 대신 다른 형태의 행동이 생기게 됩니다. 불행히도 새로 생기는 행동은 그 전의 행동보다 더 보기가 싫든지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단지 어수선하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손대지 말기 바랍니다. 어떤 분이 아이가 손가락을 자꾸 빨기에 손에다 쓴 약을 발라주었더니 그 행동은 멈추었으나, 고추를 만지는 새로운 행동이 생겼다고 차라리 손 빠는걸 그냥 둘 걸 그랬다고 후회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손을 빠는 기능은 아마도 심심해서, 자극을 추구하려고, 혹은 졸려서 불안해서···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요. 억지로 그만두게 하지 않고 그 기능을 잘 분석하여 적절하게 대처를 했더라면 더 나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행동의 강도나 빈도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에게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이 있는데 그것을목표행동으로 잡을지 말지는 그 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만약 피가 나도록 물어뜯어 병원에 갈 지경이라면 첫 번째 범주(위험한 행동)로 분류되어 당장 중재가 들어가야 하는 행동이 되고, 손톱을 물어뜯느라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면 두 번째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그 강도가 높지 않고 그것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목표행동으로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손을 펄럭이는 행동을 살펴봅시다. 만약 손을 가끔 펄럭이고, 이런 행동을 보이는 동안에도 할 일은 다 한다면 굳이 목표행동으로 잡지 않습니다. 그런데 강도는 세지 않으나 하루종일 손을 펄럭이느라 엄마가 따라다니면서 뒤치다꺼리를 해주어야만 한다면 이것은 두 번째 카테고리(방해하는 행동)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건 고쳐야 해'라고 지금껏 생각해왔던 아이의 행동들을 이 수식에 집어넣어보세요. 그럼 답이 정확하게 나오게 될 것입니다.
출처 : <ABA홈스쿨, 우리 아이 행동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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