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1. 08:02ㆍ교육인사이트/부모교육
"엄마, 이거 왜 내가 해야 해요?" 하루에도 수차례, 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아이들의 말이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집안일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귀찮고 낯선 일이기 쉽다. 그러나 이 ‘귀찮음’ 속에 놀라운 교육적 가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은 단순히 노동을 분담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기본기를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자, 책임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실천이기도 하다.
1. 집안일은 ‘삶의 연습장’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학과 국어를 배우지만, 실제 삶의 운영법은 가정에서 배운다. 밥을 차리고, 옷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상적인 집안일은 아이들이 미래에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생활 기술’이다. 이는 단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시간 관리, 우선순위 설정 등의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이 된다. 예컨대, 아이가 매주 자기 방 청소를 맡는다면, ‘주말에 게임하기 전에 청소를 해야 한다’는 의무와 계획 사이의 조율을 스스로 경험하게 된다. 이는 나중에 시험공부와 여가를 조율하는 과정, 직장과 개인 시간을 관리하는 삶의 기초가 된다.
2. 책임감은 ‘작은 일’에서 자란다
책임감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작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라난다. 정해진 시간에 식탁을 닦고, 빨래를 개고, 반려동물 밥을 챙기는 일은 아이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자각을 심어준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는 순간, 아이는 ‘이건 내 일이 아니구나’라고 배우게 된다.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해온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자존감이 높고, 자율성과 문제해결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왔다. 이는 아이 스스로가 무언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험이 쌓이며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3. 가족의 일원이 된다는 소속감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맡기는 것은 단순히 시키는 일이 아니다. 함께 가족을 이루고, 함께 책임을 나누는 일원임을 자각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나는 소중한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선물한다. 특히, 공동의 프로젝트처럼 가족이 함께 집안일을 할 경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생기고, 웃음이 오가며, 유대감이 깊어진다. 집안일은 어쩌면 가족이 함께 ‘함께함’을 연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주말에 함께 청소를 하며 음악을 틀고, 간식을 나누며 보내는 시간은 단순한 일이 아닌 가족 문화가 된다.
4. 실패와 실수도 배움이다
아이들은 집안일을 하면서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한다. 쌀을 흘리고, 접시를 깰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소중한 배움의 기회다.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모가 실수를 야단치기보다는 함께 정리하고, 다시 시도하게 한다면 아이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과 함께 도전정신도 함께 배운다.
5. 어떻게 시킬 것인가가 핵심이다
물론, 집안일을 시킨다고 무조건 교육적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억지로, 강압적으로, 벌처럼 시킨다면 오히려 반발심만 키우게 된다.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즐거움’, ‘기여한다는 의미’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완벽을 바라기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아이가 즐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아이가 성공 경험을 맛보게 하고, 점차 역할을 늘려가는 방식이 좋다. 예를 들어, “네가 식탁을 닦아줘서 정말 편했어. 덕분에 빨리 밥 먹을 수 있었네!”라는 말 한마디가 아이에겐 큰 동기부여가 된다.
결론적으로, 집안일은 아이에게 시켜야 할 일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삶의 훈련이다. 아이에게 집안일을 맡기는 것은 단순한 노동 분담이 아니다. 아이가 삶의 기술을 익히고, 책임감을 배우고,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따뜻한 과정이다. 때로는 느리고 엉성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아이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워가는 진심이 담겨 있다. 오늘 저녁, 아이와 함께 식탁을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삶을 가르치는 가장 자연스러운 수업이 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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