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학대, 말로 베이는 상처는 더 깊습니다

우리는 흔히 ‘학대’라고 하면 신체적인 폭력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말과 행동, 분위기로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정서적 학대 역시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아이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갉아먹고, 평생을 따라다니는 정신적 고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서적 학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정서적 학대란 무엇일까요?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발달을 해치는 모든 언행을 포함합니다. 이것은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없어도, 아이에게 지속적인 두려움, 불안, 수치심,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행동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 원망적이거나 거부적인 말, 적대적인 표현

“너 때문에 인생 망쳤어”, “넌 왜 태어났니?” 같은 말은 아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만듭니다.

🔹 가정 내에서 왕따를 시키는 행위

가족 중 한 명이 아이와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경우입니다.

🔹 아동을 시켜 쫓아내거나 협박하는 행동

“너 자꾸 그러면 고아원에 보낼 거야”, “짐 싸. 이 집에서 나가” 같은 말은 아이에게 극도의 불안을 줍니다.

🔹 가정폭력에 아이를 노출시키는 것

부모 간의 언쟁이나 폭력을 아이가 반복적으로 목격하게 되면, 아이는 안전하다는 감정을 갖기 어려워지고 정서적 불안이 생깁니다.

🔹 아동의 발달 및 연령상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

나이에 맞지 않는 책임을 강요하거나, 과도한 학업 성취를 요구하면서 아이를 죄책감에 빠뜨리는 행위도 학대입니다.

🔹 형제, 친구와의 비교 및 차별

“너는 왜 형처럼 못하니?”, “누구는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던데 넌 왜 그래?”와 같은 말은 아이의 자존감을 파괴합니다.

🔹 다른 아이를 학대하도록 부추기는 행위

아이에게 또래 친구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도록 시키는 것도 정서적 학대입니다. 이는 아이에게 잘못된 관계 맺기 방식을 학습하게 만듭니다.

 

2. 정서적 학대가 남기는 상처

정서적 학대를 받은 아동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일 수 있지만, 마음속에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자존감 저하, 우울감, 불안감입니다. 또한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공격적이거나 위축된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정서적 학대는 아이의 뇌 발달에도 영향을 줍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은 뇌의 감정 조절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학습 능력 저하, 충동 조절 문제, 정서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아동기에 경험한 정서적 학대는 성인이 된 후에도 대인 관계, 직장생활, 양육 태도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대물림의 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3. 왜 정서적 학대가 잘 드러나지 않을까요?

정서적 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멍이나 상처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고, 가해자 역시 학대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다 아이를 위한 말이었어”, “교육 차원이었지”라고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의도였든,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학대입니다. 말은 칼보다 날카롭고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4.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정서적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 감정을 조절하는 부모 되기

아이를 훈육할 때에도 부모 자신의 감정을 먼저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 존중하는 말 습관 들이기

아이에게도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태도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기

“그렇게 느꼈구나”, “많이 속상했겠다”는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 비교 대신 인정하기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아이 고유의 장점을 발견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정서적 학대는 말 한마디, 눈빛 하나, 무관심한 태도에서도 시작됩니다. 작지만 강력한 이 상처는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