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장애아'로 만드는 부모들의 [과잉염려증]

2023. 12. 13. 11:50부모교육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걱정이 참 많습니다. 공부를 너무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친구가 많아도 걱정, 친구가 없어도 걱정, 너무 먹어도 걱정, 너무 안 먹어도 걱정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조금만 달라도 걱정을 합니다. 요즘 엄마들은 아는 것도 많아서 다른 아이와 조금만 달라도 쉽게 진단을 내립니다. '내 아이가 ADHD는 아닌가?' , '혹시 내 아이가 자폐는 아닌가?'

 

이런 걱정을 한아름 들고 온 부모님들을 통해 정신과 외래 진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즘 모습입니다. 물론 조기 진단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과잉 염려는 금물입니다. 병원에 데리고 온 이상 의사들은 그냥 보내지 않거든요. 하찮은 일까지 찾아내 기어이 진단을 내리고 마는 습성이 의사에겐 있습니다. 과잉 염려를 하고 나름의 진단까지 내려 방문한 부모님들과 습관적으로 진단을 내리는 의사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그 속에 우리 아이들은 어김없이 장애아가 되고 맙니다. 

발달장애, 학습장애, 행동장애.... 장애 종류만 해도 수도 없이 많습니다. 굳이 붙이려면 어떤 아이에게도 모든 장애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정상적인 아이라 해도 말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장애'라는 의미를 냉철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장애란 어떤 기준에 못 미칠 때, 혹은 어떤 틀에서 벗어날 때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 기준과 틀은 누가 만든걸까요? 바로 세상의 어른들입니다. 부모나 교사가 본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기준에 따라 설정해 놓은 '틀'말입니다. 

 

'공부 시간에는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보고 오직 공부 생각만 해야 한다' 이것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입니다.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차없이 '장애'라는 딱지가 붙습니다. 공부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바깥을 보면 아이는 어김없이 정서장애입니다. 선생님이 물어도 대답을 못하고 책상만 보고 있으면 아이는 성격장애고, 그 학과에 흥미가 없어 성적이 나쁘면 학습장애입니다. 아이의 사정은 들어보거나 조금도 고려해보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만으로 우리는 쉽사리 장애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우리는 아직도 이런 획일적인 사고에 젖어 있습니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가치관도 다양해졌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똑같은 TV를 보고 똑같은 교과서로 공부하고 똑같은 신문을 읽고, 획일적인 학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입은 옷과 신발, 가방, 음악, 게임, 음식까지 모두 똑같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한국인들에겐 아직도 동질적인 것을 강요하는 농경민의 잠재의식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이것이 이질적인 것, 개성적인 것, 다양성을 배격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같아야 된다는 어른의 강박증이 더욱 획일적인 틀을 고집하게 만듭니다. 이 기준에 미달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면 모두 장애입니다. 그래서 난 젊은 의사들에게 장애란 진단을 내리는 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딱지가 붙으면 진짜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보고 그렇게 대하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는 멀쩡한 아이들도 많습니다. 천재적인 아이들도 물론 섞여있구요.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라면 그 틀에 맞을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보통 아이라면 몰라도 나름대로의 색깔이 있는 아이가 어찌 그 틀에 맞겠습니까! 

 

불행히도 우리 교육은 그 틀에 집어넣으려고 온갖 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개성이나 독창성은 쉽게 억압되지요. 이런 아이들을 우리는 '장애'라는 명칭 대신 '개성적인 아이', '독창적인 아이'로 불러야 합니다. 그게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면 '개성 있는 문제아'쯤으로 해두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아이들의 장래 운명이 결정됩니다. 

 

출처 : 이시형박사의 기고 글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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